본문 바로가기

전체뉴스

공유 인쇄 목록

[가족의 탄생 기획] 11편 차별 받는 미혼부모들 "우리도 똑같은 엄마, 아빠입니다"

사회, 평생

송성환 기자 | 2019. 09. 20

[EBS 정오뉴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조명하는 가족의 탄생 기획보도. 오늘은 미혼모와 미혼부들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편견들과 싸워야 하는 이들을 송성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조가영 씨는 지난 2015년 원장으로부터 일을 그만두란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결혼하지 않고 낳겠다고 말한 직후였습니다. 

 

가영 씨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당시 원장의 권고사직 통보가 부당하단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가영 / 미혼모

"딱 이번 학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배 나오기 전에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냥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한 게 잘못한 일이라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건 아닌데, 사실…"

 

이제 갓 돌이 지난 노을이는 여전히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낳은 지 두 달 만에 집을 나가 출산기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빠 영환 씨는 구청으로부터 임시 번호를 발급받아 노을이를 어린이집에 겨우 보내고 있지만 아이를 홀로 키우며 우울증까지 생겨 생업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김영환 / 미혼부

"그때 그냥 죽으려고도 했었고, 많이 힘들어서. 병원도 다니고 그랬었거든요. 지금도 다니고 있지만. 지금 (아이를 오래) 맡길 수도 없는 상태고 어디 멀리 일 갈 수도 없는 상태고…"

 

미혼부모들 역시 똑같은 아빠, 엄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에서 편견과 차별의 벽에 부딪힙니다.

 

아이 돌봄으로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하자 "열정이 없다"고 해고 당하기도 하고, 취업 면접에서 업무내용보다 "왜 혼자냐" "혼자 아이를 보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 같은 질문만 받기 일쑤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이 어린 미혼모라고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 등 미혼부모들은 아이를 가진 시점부터 차별과 부당함을 맞닥뜨립니다.

 

인터뷰: 최형숙 대표 / 미혼모협회 인트리

"초등학교 들어가면 애도 사회생활 하니까 다른 친구들 집에도 놀러 가고 집에도 오고 하는데 "너 왜 아빠 없어?" 그래서 불문율 같아요, 엄마들은. 학부모 활동 하지 말아라. 절대로 가지 마라. 저도 그랬거든요. 저도 안 갔거든요."

 

미혼부의 경우 노을이의 사례처럼 출생신고부터 쉽지 않습니다.

 

4년 전 미혼부의 출생신고 요건을 간소화한 이른바 ‘사랑이법’이 통과됐지만 법 통과 이후에도 미혼부 출생신고가 100건 넘게 기각될 정도로 여전히 문턱은 높은 상황입니다.

 

미혼부는 친부로 인정받기 위한 유전자 검사 비용 수십만 원도 부담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지환 대표 / 미혼부협회 '아품' ('사랑이법' 입법 주도)

"출생신고라고 하는 건 '내가 태어났으니까 나를 국민으로 인정해주십시오'라고 하는 건데 아빠의 사연, 엄마의 사연을 따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아빠의 사연, 엄마의 사연 때문에 태어남과 동시에 차별을 받기 시작하는 거예요."

 

미혼부모란 낙인에 경제적 어려움, 원래 가족과의 갈등까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 미혼부모들.

 

지난해 국내외 입양아동 가운데 90%가 미혼부모 자녀였고, 미혼 임산부의 96%가 낙태를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단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미혼부모들은 아이가 차별없이 자랄 수 있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환 대표 / 미혼부협회 '아품' 

"내가 이 아이를 기를 수 있게 일을 제대로 하고 아이 육아도 동시에 같이 잘 할 수 있게 이런 발판을 원하는 거지 먹여 살려달라는 사람 없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규탄을 받아야 하는지…"

 

합계출산율 0.98명의 초저출산 사회로 접어든 한국.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만큼, 태어난 아이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송성환 기자 ebs13@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