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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문화재단 일가, 운전기사를 학교직원으로 불법 고용

교육, 평생

황대훈 기자 | 2019. 03. 25

[EBS 저녁뉴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EBS 뉴스는 서울의 한 사립학교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합니다. 개교한 지 100년이 넘는 전통의 명문사학으로 알려진 이 학교, 문화예술계에선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예술인 집안이 대대로 이 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요. 바로 이 이사장 일가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운전기사를 학교 직원으로 불법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황대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1991년, 서울 송파구의 한 사립학교 행정 직원으로 채용된 A씨. 

 

주 업무는 학교장의 운전기사였습니다. 

 

학교장이 살고 있는 성북동 집과 학교를 오가며 학교장의 출퇴근 차량을 몰았습니다.

 

알고 보니 학교장 일가는 아버지가 일제하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을 세우고 민족사학을 양성했던 K문화재단 집안이었습니다. 

 

5년 뒤, 학교장이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아예 학교 일을 하지 않고 이사장의 운전기사로만 일했습니다. 

 

대부분 이사장의 개인적인 용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4년까지 이사장의 차량을 운전했는데도 월급은 학교에서 계속 지급됐습니다. 

 

인터뷰: A씨 / 전 사립 B고교 행정직원

"학교 소속인데 학교는 일주일에 한 두세 번 가고 거의 다 집안일 했다고 보시면 돼요. 어디 가서 밥 먹고 운동하고 누구 만나고. 그거 안 나가면 집에서 잔디의 잡초 뽑거나 꽃 심거나 그런 거 했어요."

 

A씨가 태운 사람은 이사장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쓴 운영일지를 보면, 이사장 부인을 골프장이나 미용실에 데려다 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사장 자녀들이 이사장 집을 오갈 때도 A씨가 운전을 해야만 했습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사장과 가족들이 필요할 때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은 이사장 저택에서 10미터 떨어진 창고를 개조한 건물입니다. 

 

이사장 일가는 A씨를 이곳에 살게 하며 수시로 일을 시켰습니다. 

 

인터뷰: A씨 / 전 사립 B고교 행정직원

"뭐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부르면 나가니까 자기네 편하려고 이렇게 창고 같은 거 하나 줘서 밥 먹기 전에 어디 갔다 와라. 그러면 갔다 오고. 밥 먹으면 또 전화 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A씨가 운전한 차량도 학교 법인 소유입니다. 

 

학교에 두고 공용으로 써야 하는 차량을 이사장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했던 겁니다. 

 

이처럼 개인 운전기사를 학교 직원으로 올려 국가 예산으로 월급을 주고 학교 차량을 사적으로 쓰는 건 엄연히 불법입니다. 

 

A씨가 이사장 운전기사로 일했던 18년 동안 K문화재단 일가가 유용한 인건비는 수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측은 관련 의혹을 인정하고 해당 금액 중 약 7천여만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사립 B고교 관계자

"교장 퇴직하고 이사장 근무하면서 예전처럼 새벽에 나오시지 않으셨다는 거죠. (이사장이) 연세도 많으시고 건강이 좀 안 좋으시면서 출근 형태가 좀 달라지기도 했고 그때서부터 저희가 잘못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인정을 했습니다."

 

다만 이사장의 가족들이 수시로 운전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학교 법인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황대훈 기자 hwangd@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