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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의 역사> 정조문 선생의 고려미술관

책 밖의 역사

전하연 작가 | 2016. 08. 15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일본 교토에는 우리 문화재만을 전시해 놓은 ‘고려미술관’이

있습니다. 이곳을 설립한 재일 교포 1세대 정조문 씨는 평생에

걸쳐 일본 전역에 흩어져있던 우리 유물 천 칠백여점을 

되찾았는데요, 오늘 광복절을 맞아‘책 밖의 역사’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일본 교토에 자리한 한 미술관.

   

일본속의 한국이라 불리는 이곳은

일본 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유일한 

우리 문화재 박물관입니다.

    

도자기, 회화 등 

천 칠백여점의 우리 유물이 전시돼 있는데요.


이 소중한 유물들은 

고려미술관을 세운 재일 교포 1세대 정조문 선생이 

평생에 걸쳐 모은 것입니다. 


1925년 여섯 살에 

독립 운동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정조문은

가난 속에서 노동판을 전전했고, 

재일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견디며 

사업가로 성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1955년 교토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조선 백자 항아리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요.

  

항아리를 본 그는 

난생 처음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는 당시 집 한 채 값이 넘는 항아리를 할부로 구입했고 

이 일을 계기로 평생을 일본 전역을 다니며 

우리 문화재를 모으고, 

일본 속의 조선 문화를 찾는 데 힘썼습니다. 


고베 농가의 밭에 뿔뿔이 흩어져 방치돼 있던 

고려시대의 5층 석탑은

10년 넘게 주인을 설득한 끝에 

거금을 들여 구입할 수 있었죠.

  

이렇게 그는 천 칠백여 점의 우리 유물을 

하나씩 되찾았습니다. 

   

1969년부터는 

<일본 속의 조선 문화>라는 잡지를 

13년간 간행했는데요.

   

예로부터 한국 문화가 

일본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모두 정조문 선생의 사재를 털어 기획된 것이었죠. 

  

여기에는 일본 지식인들도 합류했는데요, 

함께 유적답사를 하고 

그 지역의 전문가들을 모아 좌담회도 열었습니다. 


그 결과 조선 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었고

한민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많은 일본인들에게 알릴 수 있었죠.

  

드디어 1988년 정조문은 

40년 동안 기획해 온 고려미술관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모든 문화재를 

미술관에 헌납했는데요.

  

재일교포 3세, 4세 후손들이 

민족정신을 잃지 않게 하고 

나아가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개관한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정조문 선생은 오랫동안 앓고 있던 '간장질환'으로 

고려미술관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통일된 조국에 

미술관을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정조문은 남도 북도 선택하지 않았고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고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늘 고향을 그리워했습니다. 


“젊은 동포 여러분 

여러분들의 민족은 

하루의 생활을 문화로 바꾸는

풍요로움을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당신 속에도 그 풍요로운 생명이 

숨 쉬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온 세계 사람들이 

우리 조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국제인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故 정조문 선생의 ‘고려미술관’ 개관사 중-

전하연 작가 ebsnews@ebs.co.kr / EBS NEWS